BB MOVE
지친하루 집에 가는 길
하루가 끝났다는 사실이 위로가 되지 않는 날이 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사람들 틈을 비집고 걸어 나오면서도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아니, 너무 많은 생각이 한꺼번에 몰려와서 아무것도 붙잡지 못한 채 흘려보내고 있을 뿐이다.
가로등 불빛 아래로 내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다. 저건 나보다 더 솔직한 것 같다.
구부정한 어깨, 느린 걸음, 애써 괜찮은 척하지도 못하는 모양. 낮 동안 나는 몇 번이나 웃었고,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고, 몇 번이나 “괜찮아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말들은 지금 이 밤공기 속에서 전부 힘없이 식어버린다.
집으로 가는 길은 늘 같다.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조차 왜 이렇게 버겁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걷는다. 멈추면 그대로 주저앉을 것 같아서. 누가 부르지도 않는 이름을 속으로 몇 번이나 되뇌며 어둠 속을 지난다.
문을 열면 불 꺼진 방이 나를 맞겠지. 말 없는 공간, 정리되지 않은 침묵. 그곳에 들어가면 비로소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오늘을 내려놓기 위해 집으로 간다. 그리고 아마,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다시 내일을 시작하겠지.
다름 사람과 같을 필요 없이 살아가는 삶!